골목 입구의 전구가한 차례씩 깜박인다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지고아예 꺼질 듯하다가다시 켜진다 힘없이, 옅은 노란빛으로
개 한 마리가전봇대 아래 누워 있다눈은 반쯤 감겨 있고꼬리는 몸에 붙어 있다불빛이 깜박일 때마다 귀가 움찔한다
장사를 이고 가는 여자가하루의 마지막 길거리 음식을 들고전봇대를 지나간다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가곧바로 짧아진다 전구가 번쩍이는 순간
젊은 남자와 여자가처마 아래 서 있다남자는 말하고여자는 조용하다전구가 아래로 깜박이고 두 얼굴은 어두워진다
그들이 걸어가자개가 잠에서 깬다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어둠 쪽으로 걸어간다전구는 여전히 깜박인다 규칙적으로, 점점 느리게
거의 자정이다전구가 완전히 꺼진다작은 골목 전체가어둠 속에 잠긴다개 짖는 소리 저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