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의 전화기가한 번 진동한다화면이 밝아진다끝나지 않은 문장누군가의 손가락이 삭제 키 위에 놓여 있다
여자는 거기 앉아 있다커피잔 옆에오래전에 식어 버린 커피첫 글자는 아직 있고다음 글자는 쓰이지 못한 채 그렇게 흘러간다
밖에서는 차들이길 위에 줄지어 간다그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천장 선풍기 소리 말고는머리 위에서 고르게 도는 숨결 같은 소리
그녀는 몇 글자를 더 친다그리고 곧장 지운다"잘 지내"왜 이렇게 멀게 들리는지"나는 괜찮아" 그것도 보내지 않는다
친구가 전화한다점심에 어디 가냐고 묻는다그녀는 "집에"라고 답하고얼른 끊는다전화기가 다시 울린다 문자는 아직 거기 있다
배터리가 약해질 때까지문장은 그대로 남아 있다누구에게도 보내지지 않고지워지지도 않은 채그녀는 전화기를 엎어 놓는다 나무 탁자 위에
